



서울 디지털단지에는 A모씨의 세 자녀가 근무하고 있다. 1단지에는 2남 1녀 중 첫째 아들이 근무하고 있다. 첫째 아들은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과를 나와 OO정보 통신에 취업을 했다. 1단지에는 첫째 아들처럼 IT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이곳에 IT업체의 비중이 80%가 넘기 때문이다. 공대에 남자가 많아서일까? 여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보면 남성 근로자가 여성근로자의 3배에 달한다. 약 50,000명의 근로자 중 약 35,000명이 남자다.
1단지를 조금 더 살펴보면 면적은 6.97㎢에 달하고, 37개 아파트형 공장이 준공되어 있다. 그리고, 이 공장에는 무려 4,100여 개에 달하는 업체가 입주해 있다. 업종은 IT업종 중에서도 비제조업(60%, 제조업은 22%)이 많고, 섬유의복(4.1), 종이인쇄(1.5), 전기전자, 기계 등의 순이다.
구로공단은 1970년대 후반에는 노동자가 11만 명에 이를 정도로 산업의 요람이었는데 그 중심에 서 있는 곳이 구로공단 1단지였다. 1단지는 1965년 3월 12일에 착공되었고 2년 후인 1967년 4월 1일에 총 452,647㎡가 준공되었다.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최초의 산업 공단인지라 정부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초기 입주업체는 섬유 업체가 주를 이루었고, 전자, 광학기기, 조립금속 업체 등도 입주하였다. 하지만 국내 산업의 변화에 따라 업종도 변해갔고 근로자 수도 줄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정부에서는 쇠락해 가는 구로공단을 살리기 위해 IT 첨단산업 단지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현재의 1단지는 가운데 방사형으로 만들어진 디지털로를 따라서는 고층의 아파트형 공장들이 최신식 외관의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어,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오히려 작은 강남처럼 느껴진다. 1단지는 평당 분양가가 276만~720만 원으로 저렴할 뿐만 아니라 입주 기업에 대한 취득세 면제와 재산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A모씨의 자녀 중 둘째는 딸이다. 이 딸은 대학에서 의류 디자인을 전공한 후 서울디지털 2단지에 있는 OO 어패럴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딸은 전공을 살려 근무하는 것에 무척이나 만족해한다. 퇴근 후에는 아웃렛 매장에 들려 상품조사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즐긴다. 서울디지털 2단지는 1단지와 같이 아파트형 공장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수많은 아웃렛 매장들이 들어서있다. 산업단지라기보다는 오히려 상업공간처럼 느껴진다.
2단지는 2000년대에 들어 1,3단지의 연계기능과 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목적으로 들어선 공업단지이다. 산업 클러스터는 공공기관과 민간연구소를 활용하고, 디자인전문센터 등을 유치하고 이를 의류 및 패션업체들과 연계하여 만들고자 하였다. 현재, 입주한 기업은 약 1,600여 개로 그 중에서 70%는 IT업종이 차지하고 있다. IT업종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1단지에 비해 낮은 수치다. 이것은 2단지에서는 섬유 의복이 비중을 12%나 되기 때문이다. 마리오 아웃렛부터 시작하여 대규모의 아웃렛 매장과 섬유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곳의 출퇴근하는 근로자들도 1단지와는 사뭇 다르다. 근로자 약 20,000명 가운데 7,000여 명이 여성 근로자로 다른 단지에 비하여 여성 근로자 비율이 월등히 높다. 2단지는 코오롱건설이 2001년 7월 코오롱테크노밸리를 건립한 이래 월드메르디앙벤처타센터 마리오-2패션타워 대륭포스트타워 6차까지 현재 총 18개 아파트형 공장이 입지하고 있다. 분양가도 186만~540만 원 정도로 세 개 단지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사실상 아파트 공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건축미가 뛰어난 빌딩들이 채워져 있고, 대규모 쇼핑 매장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산업 클러스터(industrial cluster) : 특정 산업과 관련된 기업과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산업집적단지를 말한다.)

2단지의 대표적인 빌딩은 역시나 마리오 사거리에 있는 마리오 패션타워와 원신월드 W몰, 세경디앤비의 하이힐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패션타워에는 서울 지역은 물론, 수도권 전역에서 많은 인파가 몰린다. 특히, 주말이 되면 10만~20만 명의 쇼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유동인구가 워낙 많다 보니 아웃렛 매장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매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금천구는 이 지역에 패션 붐을 조성하기 위해 가산디지털단지역부터 시작하여 마리오 아웃렛 거리를 ‘패션IT문화존’으로 조성하였고, 거리 미관 뿐만 아니라 문화공연도 진행하고 있다.


A모씨 자녀 중 셋째는 아들이다. 막내 아들은 부모님과 형, 누나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현재 디지털 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 막내 아들은 LG가산디지털센터 연구개발 캠퍼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아침이 되면 누나와 함께 국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내려 누나는 2단지로 자신은 3단지 방향으로 간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삼거리에 서면 정면에 한국음향이라는 회사가 있고, 그 오른쪽 길인 가산 디지털 단지 1로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회사에 도착한다. 최신 정보 기기에 대한 관심이 많던 막내 아들은 이 연구소에서 핸드폰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무척 만족해 한다. 무엇보다 올해 말에 있을 직원 모집에 합격하길 기대하고 있다.
막내 아들이 근무하는 회사처럼 3단지는 1단지와 같이 IT관련 업체가 주를 이룬다. 사업체 수가 가장 많아 약 4,700개 사에 달하고 그 중에 IT업체가 약 3,800개 사로 그 비중이 82%나 된다. 총 종사자는 약 59,000명이고 그 중에서 남성이 약 43,000명으로 남성 근로자의 비율이 가장 높다. 3단지는 총 면적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중 가장 크며, 초창기 평당 분양가는 275만~815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아파트형 공장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대륭테크노타운 1차가 1998년 12월 준공된 이래, 현재는 2~13차까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입주하고 있다. 현재 3단지의 아파트형 공장의 수는 약 45개에 달한다. 3단지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른 단지와 같이 취득세 면제와 재산세 5년간 50% 등 감면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은 물론 강남 테헤란로의 벤처기업들도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다.
사실, 아직까지 3단지는 1,2단지에 비해 개발이 더디다. 여전히 제조업 공장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많다. 물론, 한경희 생활과학과 이랜드 등 유수의 업체들 뿐만 아니라 교학사, 금성출판사, 천재교육 등 유명한 출판사를 비롯하여 화장품 회사인 미샤도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단연 으뜸인 회사는 협력사 직원까지 9,000여 명이 근무하는 LG가산디지털센터다. 3단지에는 디지털센터와 어울리지는 않지만 대형 신문사들의 인쇄 공장과 대규모 물류센터 등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2012년 7월 국토해양부의 산업단지 개발계획(국토해양부고시 제2012-383호) 변경 권한이 서울시로 위임되었다. 이에 따라 금천구는 가산디지털단지의 부족한 지원시설 확충을 위해 가산디지털단지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였다.
2단지는 패션문화중심지구, 주거복합타운, 건강 문화 지역으로 3단지는 문화복지중심지구, 산학연 중심지구, 주거 복합타운, 비지니스 중심지구 등으로 발전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3단지에서 2단지로 연결되는 유일한 도로인 '수출의 다리' 일대의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서부간선도로 진입로와 디지털 3단지~두산길 간 지하차도도 개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