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세계를 향한 탐험 일기

◎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항해록>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으로 동방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가던 15세기 유럽, 항해사 콜럼버스는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서쪽 뱃길로 미지의 땅, 인도를 찾아 나섰습니다. 69일만에 육지에 닿은 콜럼버스 일행은 인도를 발견했다며 기뻐했지만 사실 그들이 정박한 곳은 원주민이 살던 아메리카의 한 섬이었고, 고대했던 금은보화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인도 신항로 개척에 성공했다고 믿은 콜럼버스는 7명의 원주민을 데리고 스페인으로 돌아가 이사벨 여왕에게 다른 대륙에서의 모험담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첫 항해에 나섰던 1492년 8월 3일부터 1943년 3월 15일까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여왕에게 바쳤습니다. 오늘날 <항해록>으로 불리는 이 일기에는 항해 중 고난과 아메리카의 풍광에 대한 감상 등이 빠짐없이 쓰여 있습니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을 두고 신문물 전파, 원주민 학대 등 평가가 엇갈리지만 항해사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의 <항해록>은 지금까지도 흥미로운 사료로 전해집니다.

1492년 11월 25일 :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 항상 새롭다. 보는 순간 경이로움이 충만하다. 듣는 이에게 이 경이로움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 로버트 팔콘 스콧의 <남극일기>

노르웨이의 탐험가 아문센이 최초의 남극점 도달로 놀라움을 안겼을 때, 영국의 스콧은 극점에 이르는 전 과정을 탐험가의 시선으로 담아내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스콧은 해군 대령으로서 1910년, 테라노바호를 이끌고 남극 탐험에 나서 1912년 1월, 남극점에 발을 딛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악천후 속 식량 부족, 동상을 이기지 못하고 얼마 뒤 동료 대원들과 함께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훗날 수색팀이 찾아낸 탐사팀의 텐트에서는 스콧의 일기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그 일기에는 오로라를 만난 이야기, 썰매견과의 일화, 눈보라의 위협, 동료를 잃은 순간, 동식물 화석 채집에 대한 내용 등 500일간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스콧은 비록 실패한 탐험가였지만 통제 불능의 상황에서도 생의 마지막까지 기록을 남긴 인물로 평가되며, 그의 일기는 남극해 연구에도 여러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자연에서 만난 생생한 관찰 일기

◎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1831년 12월, 젊은 과학자였던 찰스 다윈은 생물학자 자격으로 남아메리카, 태평양 지질 조사와 해역 탐사가 주 임무였던 해군 측량선 ‘비글호’에 승선합니다. 그는 4년 10개월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동식물과 화석 표본을 모으고, 보고 느낀 것들을 18권의 일기장에 빽빽이 담았습니다. 이 일기에는 진화론의 실마리를 제공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의 시간도 선명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1835년 10월 8일 : 가장 신기한 점은 게오스피자 속 핀치들의 부리 크기가 조금씩 커진다는 것이다. 이 제도에는 원래 새가 없었지만 한 종류가 들어와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했다는 상상을 할 수 있다.

특히 제도에서 채집한 작은 새들이 모두 다른 섬에 살고 부리의 모양이 달라 몰랐었지만 실은 자연환경에 따라 진화한 종이라는 점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일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마침내 1859년, 그가 집필한 『종의 기원』은 창조론이 지배적이었던 세상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의 <동물기>

1860년, 영국에서 태어난 시턴은 캐나다로 이주하여 남부 삼림 지대와 서부 평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자연을 벗 삼아 동물과 친해지게 된 그는 숲속에 거의 살다시피 하며 야생 동물의 모습과 습성을 관찰하고 글로 남겼습니다. 시턴은 동물을 더 깊게 공부하기 위해 박물학과 미술을 전공하며 동물에 대한 관찰과 자료 수집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던 시턴은 동물을 습작하며 당시 미개척 분야였던 ‘동물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관찰한 동물의 모습에 상상력을 더해 동물을 의인화했고, 34세 때는 동물을 앞세운 『늑대왕 로보』라는 동물 소설을 선보였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내가 아는 야생 동물』, 『동물의 영웅들』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사실주의 동물 문학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쓰인 전쟁 일기

◎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1942년, 어느 날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던 유대인 소녀 안네는 선물 받은 일기장을 ‘키티’라고 부르며 친구에게 말하듯 그날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습니다. 유대인 탄압이 거세지자 안네 가족은 창고에 은신처를 마련해 발각되지는 않을까 늘 조바심 속에 살았습니다. 안네는 1년 넘게 고립된 생활을 하며 자아의 성장, 사랑에 대한 호기심, 자유를 향한 그리움, 전쟁에 대한 공포 등 속마음을 일기장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안네의 이야기는 그가 나치 경찰에게 발각되면서 2년만에 끝이 났고, 이후 안네는 수용소에서 15살의 나이에 장티푸스로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은신처에 버려졌던 안네의 일기는 훗날 아버지에 의해 각국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제2차 세계 대전의 참상을 고발하는 기록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도 등재되었습니다.

1943년 12월 24일 : 당신도 1년 반이나 갇혀서 지낸다면 종종 견딜 수 없게 될 때가 있을 거예요. 아무리 올바른 판단력이 있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의 솔직한 느낌까지 억누를 수는 없거든요. 자전거를 타고, 춤을 추고, 휘파람을 불고, 세상을 보고…나는 이런걸 동경해요.

◎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국보 제76호로도 지정되어 있는 난중일기는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1598년 노량해전까지 이순신 장군이 친필로 쓴 것으로, 전쟁 지휘관이 전장의 이야기를 직접 서술한 기록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또한, 이는 해전에 대한 몇 안 되는 기록물로서 동아시아 국제 정서를 비롯한 군사적 갈등을 읽을 수 있어 귀한 자료로 꼽힙니다. 총 7책 205장으로 된 이 일기에는 당시 교전 상황과 서민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으며, 수려한 글솜씨에 여러 시를 인용하고 있어 문학적 가치도 높습니다.

이 일기에서는 용맹한 장군 이순신, 그 이면에 있는 한 인간의 고뇌를 읽을 수 있습니다. 노모를 향한 효심, 병사들을 아끼는 마음, 악조건을 무릅쓰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했던 수장의 두려움이 일기 곳곳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1593년 6월 12일 : 아침에 흰 머리카락 여남은 올을 뽑았다. 흰 머리를 꺼리는 것은 위로 늙은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1597년 9월 16일 : 적선 133척이 우리의 배를 에워쌌다. 지휘선이 홀로 적선 가운데로 들어가 탄환과 화살을 비바람같이 발사했지만, 여러 배들은 바라만 보고서 진격하지 않아 앞일을 헤아릴 수 없었다.